몇 주 전에 어룬델 몰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 ‘명량’을 상영한다는 얘기를 듣고 관람했습니다. 영화는 임진왜란의 가장 극적인 전투 명량 해전을 그린 것으로 12척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적의300척이 넘는 군함을 격파하는 내용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통해서 전해지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일을 생생하게 전해주기 위해서, 왜장의 의상을 고증을 거쳐서 일본에서 제작하였다고 합니다. 화면 속에 등장한 왜장은 영화 속에서도 현실과 같이 공포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조선 백성들은 그런 의상의 갑옷과 투구를 입은 칼을 잘 쓰는 왜장과 왜구들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뚫고 왜적과 싸우도록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이순신 장군이었습니다. 모함과 고문 속에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이순신 장군은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하게 됩니다. 왜군의 수장이었던 구루지마는 울돌목과 같은 바다에서 싸운 경험이 많은 노련한 사람이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자신이 죽고자 하는 각오로 싸움에 먼저 임했고, 전세는 역전되고 기선을 제압하게 됩니다. 대사 중에 인상적인 것은 이순신 장군이 장병들에게 했던 말입니다. “병법에 이르기를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고 하였고, 또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오늘의 우리를 두고 이른 말이다.”
사실 ‘명량’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단순히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모습만을 부각시킨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뛰어난 지략과 용기로 싸움에 임했으면서도, 이순신 장군의 배가 울돌목의 회오리 앞에서 꼼짝하지 못합니다. 그 틈을 노려서 폭탄을 잔뜩 실은 자폭선을 동원해서 폭파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 사실을 다른 함선에 알려야만 했습니다. 섬 주변을 둘러싼 백성들은 목이 터져라 아군선에 알리고, 일부는 하늘에 기도를 드리고, 어부들은 고깃배를 동원해 함선을 끌어내려 합니다. 명량 해전을 승리로 이끄는데 백성들의 결정적인 역할에 포커스를 두었습니다. 명량해전의 승리의 비결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함께 연합했던 백성들의 힘이었습니다.
영화 ‘명량’은 장엄하고 웅장한 고전풍의 음악이 흘러 나와서 죽기를 각오한 수군의 비장함을 잘 전하였습니다. 영화 음악을 녹음하기 위해 실제로 150명 규모의 체코 현지 오케스트라가 동원됐다고 합니다.
현실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전장의 두려움 속에서도 죽기를 각오한 지도자와 함께 연합하는 백성이 있다면, 130대 12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이겨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요한복음 12장 24절에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도자와 백성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죽기를 각오할 때, 어떤 어려움이라도 이겨 낼 수 있고, 많은 열매가 맺혀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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